'책'에 해당되는 글 19건

  1. 2004.10.22 davinci code
  2. 2004.10.08 진주 귀고리 소녀
  3. 2004.08.18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4. 2004.06.03 울 준비는 되어 있다
  5. 2004.05.17 가랑비 속의 외침
  6. 2004.05.05 나무
  7. 2004.04.24 냉정과 열정사이
  8. 2004.03.25 살아간다는 것
  9. 2004.03.24 반짝반짝 빛나는
books2004. 10. 22. 17:53



2003년 3월 첫 출간 이후, 현재까지 미국에서만 약 7백만 부가 판매된 화제의 책, 『다 빈치 코드』가 드디어 국내 번역 출간된다. '메가 베스트셀러'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이 책의 전세계적인 인기는 가히 '열병'에 가깝다. 책에서 언급한 내용을 추적한 각종 TV 프로그램, 아마존 독자서평 3천 개의 기록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금 전세계 독자들은 다 빈치 그림에 숨겨진 고대역사의 비밀을 해독하느라 분주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USA Today'지는 『다 빈치 코드』가 유일하게 『해리 포터』시리즈의 판매량을 앞질렀다고 보도했고, ABC 방송사는 뉴스 스페셜에서 <예수, 마리아 그리고 다 빈치>라는 제목으로 책에서 언급한 내용을 크게 다루었다.

한때 평범한 교사이기도 했던 무명작가를 일약 '소설계의 빅뱅' 자리에 올려놓은 이 책의 인기비결은 무엇일까. 언론은 『다 빈치 코드』에 등장하는 단체가 실존하는 교파이고, 소설에서 랭던의 입을 빌어 들려주는 미스터리의 인물들도 우리가 흔히 들어서 잘 알고 있는 실존 인물들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고대 역사와 비밀단체, 암호 등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도 한 요인이 될 것이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요인은 충분한 연구와 자료조사를 토대로 한 탄탄한 구성력에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요소들이 더해져 이 책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성공을 거두며, 미국을 비롯한 10여개국에서 모두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소설은 루브르 박물관장 소니에르의 살해 사건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로버트 랭던과 소피 누뵈는 이 사건에 연루되어 자신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거대한 음모에 휘말리고, 2천 년 동안 단단하게 짜맞춰진 비밀을 파헤치는 최전선에 서게 된다. 그들은 이 숨막히는 여정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미술작품에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되고, 독자들과 함께 그 암호를 풀어 나간다. 독자 스스로 질문과 대답을 되풀이하며 숨겨진 비밀에 보다 깊숙이 다가가다 보면, 흥분과 놀라움으로 마지막 장을 덮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흥미로운 내용전개와 탄탄한 구성력이 돋보이는 올해 최고의 화제작.

책이 손에 들어왔다.. 오늘부터 읽기 시작~
Posted by blueisland
books2004. 10. 8. 16:21


작년 덕수궁미술관에서 전시했던 '렘브란트와 17세기 네덜라드 회화전'에는 네덜란드 황금시대가 낳은 위대한 회화 50점이 전시했었다. 이 중에서 유독 화가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 소녀>가 빠져 있다. 도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네덜란드 당국도 외국으로 유출하기를 꺼려하는 것일까. 이 책은 '북구의 모나리자'라 불리는 <진주 귀고리 소녀>를 토대로 베르메르의 삶과 예술을 조명하고 있는 소설이다. 정확한 미술사적 지식과 17세기 네덜란드 도시 '델프트'의 일상이 손에 잡힐 듯 꼼꼼하게 복원되어 있음은 물론, 작품 속 소녀를 햇살 아래 불러내는 작가적 상상력과 수완 또한 돋보인다.

영화 Girl with a Pearl Earring를 보고 잔잔함의 소소한 느낌을 소설에서는 어떻게 표현했을까.. '꼭 읽고 말거야'하면서 극장문을 나선지 1달이 넘어서야 욕구를 채울 수 있었다.

항상 느끼지만 영화를 먼저 보길 잘한 것같다. 영화는 전반적인 분위기를 보는데 도움은 주지만 소설처럼 디테일하지 못하다. 하지만 영화는 소설의 디테일을 가지려는 순간 영화로서의 생명은 거기서 끝난다고 생각한다.. 소설은 그런면에서 새로움을 가져주였다. 영화에서 볼 수 없는 그리트의 시선은 한층 깊이있는 소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책속의 베르메르의 작품을 보면서 작가는 자신의 글과 작품의 연관성을 부여하고 있다. 밝혀지지 않은 베르메르의 삶을 그가 남긴 작품속에 투영시키는 작가의 상상력은 베르메르의 그림만큼이나 좀체 시선을 떼기 어려운 매력과 감동을 선사하고 있는 새로움인 것 같다..

Posted by blueisland
books2004. 8. 18. 10:01


신현림 시인의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을 읽고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라는 책을 검색해 보았다. 또 한권의 책이 눈앞에 쓰치는 순간이였다.. 요즘 책을 사고 싶은 욕구가 너무 강하다. 리뷰를 보니 더 그런것 같기도 하고.. 내면의 욕구 불만이 감정의 소용돌이안으로 들어가 나오면 느끼는 무언가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마음에도 하나의 흔적을 남기고 간다.. 난 그 흔적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책소개

한국출판계가 '해리포터'로 온통 들썩거리고 있는 이 때, 일본에서는 한 무명작가의 감성소설인 이 책이 연일 베스트에 오르고 있다. 영원한 사랑을 꿈꾸기 마련인 열다섯 살 소년 소녀의 맑고 순수한 사랑, 그리고 때이른 이별의 아픔을 잔잔히 그린 소설이다. 여타 일본소설의 세련됨과는 달리, 있을 법한 설정과 소박한 에피소드가 오히려 현실감을 준다.
열다섯 살 때 학교 학급 위원으로 우연히 만난 아키와 사쿠. 집과 학교를 오가는 평범한 일상 사이, 학교 문화제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짝을 맞추고 그 또래 아이들처럼 비밀일기도 교환하면서 서로에 대한 서툰 감정을 키워간다. 그리고 중학교 3학년 크리스마스 즈음, 사쿠는 아키 담임선생님의 장례식에서 엄숙한 표정으로 조사를 낭독하는 아키를 바라보던 중, 한줄기 빛처럼, 이것이 사랑임을 확신한다.
사춘기 시절 우리 안의 '첫사랑'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따뜻한 소설. 롱런 조짐을 보이는 책이다.

독자리뷰

며칠동안 766페이지에 달하는 Harry Potter & the Order of the Phoenix를 막 끝내고나서, 산책하듯이 펼쳐든 책이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듯이 서정적인 느낌을 기대하며 담담하게 시작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Kanon 앨범을 함께 들으며 159페이지까지 읽었다. 그런데 160페이지의 14번째줄을 읽는 순간부터 눈물이 아닌 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특히 이부분을 읽을 때 Kanon의 보컬곡 How,where,when?이 흘러서 더 애절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때부터 줄곧 Kanon과 내 흐느낌을 배경으로 마지막 제5장을 제외한 225페이지까지 읽었다. 그리고 마지막장 일곱페이지는 지금까지 흘린 눈물을 정리하게 도와준다, 아주 담백하게. 어째서 그리도 눈물이 났었는지는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책을 읽으며 눈시울을 잠깐 적셔본적은 한두번 있었으나, 이책처럼 통곡하며 읽어보기는 처음이다. 특별히 아련한 장면이 있다거나 주인공과 비슷한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눈물이 난다. 청소년기에 누구든 이런 사랑을 한번씩 겪어봐야 행복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난 다큰사람인데도 성장한 느낌이든다. 여름쯤에 다시 한번 읽고 싶다. 그때도 또 울 수 있을까...
- yes 24의 lenai 님의 글입니다.


Posted by blueisland
books2004. 6. 3. 10:06


참 냉소적이다.. "울 준비는 되어 있다"를 읽으면서 울 준비라고 말하기 보다는 이미 울 눈물이 매말라서 마음은 울고 있더라도 겉으론 울 준비보다는 "그래.. 그렇지" 순응하는 역설적인 제목인듯.. 읽는데 3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짧은 소설속에서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슬픔에 난 이미 동화되었다..


yes24의 blur182 님의 글입니다.

에쿠니 가오리를 세번째로 만나는 작품이었습니다. 처음은 그 유명한 냉정과 열정사이의 로쏘, 두 번째는 낙하하는 저녁이었지요. 이 책을 받아들고 많이 망설였어요. 언제나와 다름없이 화사하면서도 단아한 그녀의 사진(그녀의 인기에는 그녀의 외모- 정확하게는 한장의 사진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겠죠?)이 표지를 두루고 있는 이 책은, 작은 양장본의 판형도 그녀의 얼굴도 기존의 소설과 다를게 없었지만. 그렇기에 망설여졌습니다. 울 준비는 되어 있다, 라고 씌여있는 제목이 꼭 "(나는) 울 준비는 되어있다. 너는?" 이라고 묻는 것 같아서요. 그녀가 물론 신파는 아니지만, 아련하다고만 말하기엔 어딘가 직선적으로 눈물을 콕 끄집어 내는 면이 있잖아요. 그게 너무 두려워서. 싫은건 아니었지만, 어딘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고칼로리의)을 눈앞에 둔 다이어트 하는 사람의 심정이랄까요.

한참만에 용기를 내어 집어든 책은, 선입견과는 달랐습니다. 눈물을 흘리게 하는 이야기는 아니었으니까. 물론 슬픈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눈물이 식어버린 후의 남아있는 쓸쓸한 슬픔의 뒷맛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까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슬픔. 어느 순간 감정의 미묘한 변화가 오고, 그로 인해 슬프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푹 빠져 목놓아 울 수도 없는, 오후의 약속을 생각해야하고 혹은 내일 일찍일어나하니 빨리 자야하는데 혹은 울면 눈이 부을텐데 하는 식의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는 그런 종류의 슬픔. 사실 그게 더 슬프잖아요. 아무리 슬퍼도, 아무리 가슴이 터질것 같아도 내일 일어나면 똑같은 해가 뜨고 세상은 돌아가고 우리들 자신조차 다시금 똑같은 세상에서 똑같은 템포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안다는 거. 그럴 수 밖에 없음을 아는 것.

굉장히 짧은 소설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작가후기에서 그녀가 밝힌대로 "온갖 과자를 섞어놓은 과자 상자가 아니라, 사탕 한 주머니"입니다. 그만큼 서로 조금씩 색깔은 다르지만 결국엔 같은 맛을 전해줘요. 가슴 한 켠이 스산해지고, 자꾸만 담배를 피고 싶고, 한숨이 나오고, 답답하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잔인한 소설이에요. 일상이 그러하듯이, 외면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더. 사람들은 참 이상하지요? 울 준비 따위는 할 생각도 하지 않고 사랑을 하고, 결국엔 세상 끝날듯 울다가도 다시 사랑에 빠지니. 그리고, 이렇게 힘이 빠져 버릴 것을 알면서도 기어이 이 책을 읽고 말았으니.


Posted by blueisland
books2004. 5. 17. 18:18


작가 '위화'를 좋아한다. 그의 소설이 왜 항상 마음을 적시는지..
위화의 소설은 끈적끈적하고, 거무튀튀하고, 때로는 붉다. 역사의 고난이 날줄이라면 가족사를 둘러싼 가난은 씨줄처럼 고통스런 삶을 구성한다. 그 고통스런 삶은 인간의 이중성을 가감 없이 묘사하는 데서 처연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작가는 소설이 ‘고발’의 양식이 아니라 ‘반성’의 양식이라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그가 소설 속에 드문드문 풀어놓은 해학을 쫓아가노라면 불행이 묘하게도 희망으로 대체되는 광경을 자주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안도현(시인)

위화의 문학 세계는 중국 현대사와 오늘의 중국 사회를 편견과 왜곡 없이 이해하는 길로 우리를 이끈다. 특히 《가랑비 속의 외침》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작가 특유의 여유 만만하면서도 현실 앞에 거짓 없는 자세, 매우 정직하고 냉정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그의 소설들을 소화하는 것은 한국의 교양 있는 독서인으로서 필수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 김명환(문학평론가)
Posted by blueisland
books2004. 5. 5. 17:48



베르베르는 작가의 말에서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을 '이야기'라고 표현하고 있다. 단편소설이 아니라 이야기 말이다. 독자들 곁에서 이야기들을 가만가만 들려주고 싶은 기분으로 이 글들을 썼다는 그의 말마따나 소위 말하는 '문학적 완결성'에 집착하지 않는 그의 '이야기들'은 조금은 엉뚱하면서도 친절한 어느 대머리 아저씨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편하면서도 그냥 흘려 듣기엔 아까운 메시지가 있다.

지금까지 베르베르의 소설들이 그랬듯이 이 작품집의 이야기들도 기발한 착상에서 시작한다. 「내겐 너무 좋은 세상」에서의 그 세상은 자명종, 실내화, 커피 메이커 같은 모든 물건이 로봇이 되어 지각을 할 수 있고, 욕망을 가지고 있으며, 말을 할 수 있다. 「바캉스」는 사람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떠나는 것을 바캉스로 하는 세상을 그린다. 「냄새」에선 지독한 냄새가 나는 거대한 오물덩어리가 프랑스 뤽상부르 한 복판에 떨어진 경우를 그리며, 「조종」에서는 제멋대로 행동하는 왼손 때문에 골치를 앓는 한 사내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엔 이런 아이디어가 열 여덟 개가 있다.

문제는 어떤 아이디어를 힘을 잃지 않고 끝까지 밀고가 설득력 있게 전개시킬 수 있는 능력일 텐데 이 점에서 베르베르는 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이것은 아마 이야기의 재료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뒷받침 된 덕분에 전체 이야기에 맞게 적절히 요리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어떤 문제를 제기하고 뜻밖의 해답을 찾아내게 하는 게임"에 능숙한 창작자이자, 그 게임을 게임 이상으로 격상시킬 수 있도록 인간과 세계에 대한 진지한 반성을 게을리하지 않는 관찰자이자 사색가인 작가 베르베르의 능력 때문일 것이다.

『개미』『천사들의 제국』같은 전작들에서 인간 세계를 관찰하고 사색함에 있어서 그가 즐겨 사용한 '인류에 대한 외래적 시선'은 이번 작품집에서도 발견된다. '개미'의 관점이 지극히 낮은 곳으로부터 인간을 관찰하는 것이라면 '천사'의 시각은 지극히 높은 곳으로부터 인간을 관찰하는 것인데, 이번에 그는 천사뿐만 아니라 외계인의 시선까지 빌려 현실을 새로운 각도에서 살펴본다.

특히 외계인의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은 「그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 이 작품에서 작가는 다른 행성의 한 과학자가 본 인간들의 관습을 이야기한다. 철저한 객관자가 본 인간은 철근콘크리트로 둥지를 만들며, 저녁마다 파르스름한 빛을 내는 상자(아마도 텔레비전)에 불을 켜고 꼼짝 않고 앉아서 그 상자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별난 관습이 있다. 그들의 관습 중 제일 이상한 것은 지하철 열차 하나에 천여 명이 한꺼번에 들어가 갇히는 일을 매일같이 되풀이하는 것. 신소도 부족하고 몸을 움직이기도 어려운 그 공간에 우글거리는 이유가 뭔지 아직 밝혀내지는 못했다고 한다.

'나무'라는 제목은 책에 수록된 「가능성의 나무」 이야기에서 따온 것. '만약 노동 시간을 줄인다면' '만약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면' '미니스커트의 유행이 다시 돌아온다면 같은 미래의 모든 가능성을, 가지와 잎사귀가 계속 퍼져 나가는 나무 그림으로 도식화해서 검토해본다면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지도 모름을 은유한 것이다. 어쩌면 여기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그러한 예측의 나무 그림을 위한 작은 가지들인지도 모를 듯. 분명한 것은 베르베르의 가능성의 나무 그리기는 진행중이라는 사실. 견고하게 그려진 그의 다음 나뭇가지 그림이 기다려진다.

Posted by blueisland
books2004. 4. 24. 22:27



이탈리아에서 살고 있는 아오이와 쥰세이. 일본에서 대학을 다닐때 열정적으로 사랑을 나눴던 이들은 어떤 문제로 다투다 헤어졌다. 지금은 둘다 다른 사람을 사귀며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둘의 마음속에는 '아오이가 서른살되는 생일날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만나자'는 약속이 생생히 살아있다.

오래된 그림을 되살리는 복원사인 쥰세이는 자신을 열정적으로 사랑해주는 메미를 품으면서도 아오이를 떨치지 못한다. 보석을 파는 아오이는 자신을 '데조로(보물)'라 불러주는 완벽한 남자 마빈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그에게 아무 것도 털어놓지 않으려 한다. 그러는 사이 아오이의 서른번째 생일은 조금씩 다가온다.

두 작가의 의기투합으로 기획된 이 소설은 월간 <가도가와>지에 2년이 넘게 연재되었다. 가오리가 먼저 아오이의 이야기를 실으면 그것을 본 히토나리가 다음으로 쥰세이의 이야기를 싣는 식이다. 주인공에 대한 몇가지 사항만 합의한채 나머지는 그때그때 서로의 글을 보고 빚어나갔다는 얘기다. 노트를 돌려 쓰는 릴레이 소설처럼.

물론 따로 한권씩만 읽어도 아무 문제는 없다. 하지만 좀더 스릴있게 읽는 법은 연재가 실렸던 순서대로, 그러니까 아오이의 이야기 한 장을 읽고 다음엔 쥰세이의 이야기 한 장을 읽는 식으로 두 책을 번갈아가며 읽는 것이다. 일본의 두 유명작가가 어떻게 한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썼는지, 한 작가가 툭 던진 조그만 모티브를 다음 작가가 어떻게 받아가는지를 그려보면서 말이다.

아오이와 쥰세이의 이야기를 우리말로 옮긴 사람이 김난주, 양억관 부부 번역가라는 사실도 빠뜨릴 수 없다. 두 역자는 게다가 이전에 각각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의 책을 번역한 적이 있었다.
Posted by blueisland
books2004. 3. 25. 14:08


'춘생, 살아 있어야 해요' 춘생은 고개를 끄덕였고, 가진은 안에서 울면서 말했다네.
'당신은 우리에게 한 목숨을 빚졌으니, 당신 자신의 목숨으로 갚아주세요.'
춘생이 잠시 서 있다가 말했지.
'알겠습니다.'

'춘생, 자네 살아 있겠다고 약속하게.'
춘생은 몇 걸음 걸어가다가 돌아보며 말했어.
'약속할게요.'

위화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간결함, 평범함속에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담아내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라고 하고싶다.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를 읽고 그의 소설을 풀어나가는 방법을 이미 한번 경험해 봤던 터라 "살아간다는 것"을 읽는데는 별다른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설레였다고 해야 정확할 것 같다.

살아간다는 것. 그것을 알려면 우리가 왜 태어났냐는 원론적인 질문을 먼저 해야할듯 싶다. 왜 태어났을까? 당신들은 알고있나? 혹시 한번쯤 가볍게 생각하다 집어치우진 않았나?, 나역시 이 소설을 읽고 나서야 내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를 가졌다.

위화 책 서문에서 말하는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란 살아있기에 살아간다는 것이다. 뭐 복잡하게 내가 태어난 거대한 사명이니 그런 거창한 말은 일절 사용치도 않고. 단순히 살아있기때문에 살아간다는 것이라는 말이다.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살아 있기에 살아간다는 것.

이 소설에 나오는 복귀노인의 회상기에는 그의 일생을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고 간결하게 묘사해놓았다. 정말 읽어가면서 욕도 하고, 눈물도 흘리고, 감동도 했다. 그냥 한 사람의 인생을 파노라마처럼 머리에 스치듯 경험해봤다고 해야하나? 책을 읽으면 토막토막 보는 내가 이책은 단숨에 읽어버렸다. 조금이라도 흐름을 놓치면 안될것 같은 그런 마력에.

삶의 풍파를 겪어 오는 복귀의 삶에서, 아무래도 그의 작은 행복들보다는 커다란 불행들에 초점이 맞춰지기 마련이다. 도박으로 전재산을 날리고, 딸이 농아가 되고, 아들이 수혈을하다 과다수혈도 숨지고, 딸이 출산하다가 죽고, 아내가 연골병으로 오래지않아 죽고, 사위도, 하나밖에없는 외손주도 죽어버리고. 마지막엔 자신 혼자만 남아있는상황.

자신의 피같은 인척들의 죽음을 눈앞에 지켜보는 이의 마음은 어떠할까. 그것도 한두번도 아닌. 전가족이. 기근을 버텨오고, 대혁명기를 거치며 살아오는 복귀노인의 풍파같은 세월속에 나 자신을 던져놓고 생각해보니.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사소한 걱정들이 저 넓은 백사장의 작은 모래알갱이처럼 생각이 드는건. 이 소설을 제대로 읽었다는 말일까?

살아간다는 건 쉬운일이 아니다. 하지만 살아만 있다면 살아간다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왜 이때까지 그 진리를 깨우치지 못했을까? 다시 한번 여화의 소설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Posted by blueisland
books2004. 3. 24. 18:06


<냉정과 열정 사이>의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투명한 사랑 이야기
호모 남편과 알코올 중독 부인... 그리고 그 남편의 애인. 평범하지 않은, 조금 이상할지 모르는 이 세 사람의 사랑이 소설의 축을 이룬다. 호모가 여자와 결혼했다는 것, 그리고 그 상대가 알코올 중독자라는 것. 자칫 이런 등장인물의 이력만 보면 지리지리하고 어두운 생활이라든가 피터지는 사랑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에쿠니는 그녀만의 독특한 서정성과 문체로 이런 우려를 깨끗이 날려버리며 우리에게 투명한 사랑 이야기를 선사한다.
본문중에..
“아버지,은사자라고 아세요? 색소가 희미한 사잔데 은색이랍니다. 다른 사자들과 달리 따돌림을 당한대요. 그래서 멀리서 자기만들의 공동체를 만들어 생활한다는군요. 쇼코가 가르쳐 주었어요. 쇼코는 말이죠, 저나 곤을 그 은사자 같다고 해요. 그 사자들은 초식성에, 몸이 약해서 빨리 죽는다는군요 . 단명한 사자라니, 정말 유니크하죠. 쇼코의 발상은.”
나는 웃었다. 웃으면서 최악이라고 생각했다. 어머니한테 이러니 저러니 압력을 받는 편이 훨씬 낫다.
(은사자들/ p131)

Posted by blueisland